
“하우스 노웨어 서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서울 한복판에 착륙한 미래의 건물’이었어요. 성수동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넓어지고, 골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콘크리트 덩어리가 도시의 리듬을 끊어 놀라게 하죠. 2025년 9월, 그 낯섦은 드디어 문을 열어 우리를 안으로 부를 예정이에요. 젠틀몬스터·탬버린즈·누데이크에 더해 신규 레이블 NUFLAAT, 그리고 헤드웨어 브랜드 어티슈(Artishew)까지 한자리에 모여, ‘리테일’이라는 단어가 가진 규칙을 가볍게 무너뜨릴 준비를 마쳤거든요.
이곳은 단순한 ‘플래그십의 합(合)’이 아니에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이자, 그룹의 상상력을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실험실에 가깝죠. 지난 몇 년간 도산·상하이·선전에서 차곡차곡 쌓은 ‘하우스 노웨어’ 실험의 다음 장이 서울로 돌아오는 셈이에요. 해외 각지에선 예술적 디스플레이와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기존 쇼핑 동선을 해체했고, “전시-체험-구매”를 하나의 문장으로 묶어냈죠. 그래서 서울 편에 기대가 쏠리는 건 자연스러워요. ‘서울’이라는 도시성과 성수라는 현장이 만나면 실험의 밀도는 더 높아지니까요.
건물, 그 자체가 내러티브다

성수의 새 사옥을 멀리서 보면, 그 구조가 먼저 말을 걸어요. 격자 골조와 과감한 콘크리트 매스가 빚는 실루엣은 흔한 ‘쇼핑몰’의 친절함을 포기하고, 대신 “도대체 안에 뭐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증폭시켜요. 이 건축 언어의 배후에는 김찬중 건축가가 이끄는 더시스템랩이 있죠. 그의 작업은 공간을 하나의 ‘유기체’로 다루며, 기술·생활·가치의 변화를 흡수하는 새로운 유형(New Typology)을 탐구해왔어요.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그런 탐구가 성수라는 도시 맥락에 접속하는 장면이에요.
스펙이 말해주는 것들, 그리고 말하지 않는 것들
공개된 단서만 모아도 규모감은 충분히 전해져요. 지하 5층부터 지상 14층까지 이어지는 볼륨, 연면적 약 9,290평이라는 스케일은 ‘브랜드-오피스-리테일-전시’를 한 건물 안에서 다층 레이어로 겹치게 만들죠. 숫자는 단지 힌트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그 층위들이 수직으로만 쌓이지 않고, ‘경험의 순서’를 따라 설계되었다는 점이에요. 어디서 시작해도 어느 층에서든 이야기가 이어지는 식으로요.
브랜드 월드: 합주(合奏)와 솔로의 공존
젠틀몬스터는 ‘세계관 장인’답게 오브제와 기계적 움직임, 빛과 소리로 관람형-체험형-구매형의 경계를 흐릴 거예요. 탬버린즈는 고유의 조향과 질감을 디스플레이 전반으로 확장할 테고, 누데이크는 디저트를 ‘설치’처럼 다뤄 시각과 미각의 타이밍을 묶어낼 가능성이 커요. 여기에 신규 레이블 NUFLAAT과 어티슈(Artishew)가 합류하면서 카테고리의 면적을 넓혀줄 예정. 하나의 건물 안에서 브랜드들이 솔로와 합주를 오가며 퓨처 리테일의 악보를 연주한다—서울 편의 간단한 요약이에요.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서울식으로 번역한다면
하우스 노웨어의 미학은 늘 ‘낯섦의 농도’를 조절하는 데 있어요. 선전에서는 ‘거대한 서사’와 생명체적 모티프가 관람 동선을 이끌었다면, 서울은 아마도 도시의 속도와 대비를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성수의 거칠고 산업적인 결, 그리고 카페·편집숍·갤러리가 뒤섞인 현재형 풍경. 그 위에 얹힐 하우스 노웨어 서울의 내러티브는 ‘일상 위에 덧그린 비현실’일지 몰라요. 전시와 구매가 다른 방언을 쓰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방식으로요.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감각
첫째, 이곳은 보고-만지고-소장하는 순서가 고정되지 않을 거예요. 전시처럼 시작해 구매로 끝날 수도, 반대로 제품에서 출발해 설치를 거꾸로 읽어낼 수도 있죠. 둘째, 촬영은 분명 멋지게 나오겠지만, 화면에 안 잡히는 요소—예컨대 음향 설계나 구조의 떨림—를 몸으로 느껴보세요. 셋째, 동선은 길게 잡는 편이 유리합니다. 각 브랜드 스토어를 ‘한 번에 다 보겠다’는 압박을 풀고, 한 층을 오래 머무는 편이 훨씬 많은 것을 건져 올리게 돼요. (오픈 시기·입장 정책·예약 유무는 공식 채널 공지를 체크하세요. 9월 오픈 소식과 라인업은 이미 공개됐어요.)
성수에서 완성되는 ‘도시형 리추얼’
성수는 요즘 서울에서 가장 실험적인 소비-문화 회路가 겹치는 곳이죠. 더시스템랩의 건축 언어가 이 동네에서 유난히 명료하게 읽히는 이유이기도 해요. 하우스 노웨어 서울이 합류하면, 성수의 주말 루틴은 ‘전시-커피-쇼핑’에서 ‘세계관 감상-감각의 기록-소장’으로 미묘하게 변할 거예요. 걷는 속도, 사진 찍는 각도, 머무는 시간까지 바뀔지 모릅니다.
작은 코스 제안|오픈 이후, 이렇게 걸어보세요
퇴근 후 혹은 주말 오후, 건물 외피의 그림자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대에 입장해요. 젠틀몬스터의 설치를 ‘감상’하듯 천천히 통과한 다음, 탬버린즈에서 향의 레이어를 손에 묻혀 메모해두세요. 누데이크에서 단맛으로 감각을 리셋했다면, NUFLAAT과 어티슈에서 새로 추가된 카테고리를 ‘소장 리스트’에 올려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외부에서 건물을 한 번 더 바라보세요. 내부와 외부가 서로를 반사하며 한 편의 장면을 완성해줄 거예요.
브랜드가 공간을 만드는 법, 공간이 브랜드를 확장하는 법
하우스 노웨어 프로젝트의 귀결은 늘 “리테일을 새로운 전시 형식으로 번역하기”였죠. 도산에서 가능성을 증명했고, 해외 확장에서 스케일을 키웠어요. 서울에서는 그 정리가 한층 더 명료해질 겁니다. 제품은 스토리를 증명하고, 스토리는 다시 제품의 가치를 밀어 올리는 순환. 그래서 이곳에서의 소비는 ‘구매’보다
채집에 가까울지 몰라요. 당신의 취향에 맞는 조각들을 골라 서랍에 넣듯, 감각과 물건을 함께 데려오는 방식으로요.
9월 이후의 성수, 그리고 당신의 한 시간
문이 열리면,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분명 성수의 시간을 재편할 거예요. 우리는 그 안에서 ‘미래가 돌아온’ 장면을 각자의 속도로 수집하게 되겠죠. 다음 일정이 빠듯하더라도, 한 층만이라도 오래 머물러 보세요. 조용히 서서 구조의 선을 따라 시선을 여행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체류’가 됩니다.
하우스 노웨어 서울, 9월에 만나요.